민주-국힘, 도의회까지 싹쓸이.. 제3정당 '붕괴'대결 구도 심화 속 정치 무관심 높아질 우려 커대안·진보정당, 자성으로 유권자 표심 되새겨야



제주지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양당이 모두 싹쓸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면서,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대안정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제8회 지방선거 개표 결과 제주에서는 도지사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습니다.도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45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에서 23명, 비례대표에서 4명을 당선시켜 27석을 차지하게 됐습니다.당적을 가질 수 없는 비례대표 5명을 포함해도 과반이 넘는 의석입니다.지난 지방선거에서도 과반을 이뤄냈던 민주당이지만, 당시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절정에 달했고, 보수정당이 자리를 잡지 못한 때라 민주당의 절대 우세로 치를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4년 사이 정당 지지도에 큰 변화가 생겼고,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은 선거였음에도 제주에서 또다시 과반을 이뤄낸 것은 민주당으로서는 큰 성과로 꼽힙니다.국민의힘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전신인 자유한국당으로 선거를 치뤄 지역구에서 90표 차이 진땀승으로 거둬낸 1석과, 비례대표에서 1석을 얻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구에서 8명, 비례대표에서 4명을 당선시켜 12석을 얻었습니다.민주당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빴다고 말할 수 있는 성적은 아닙니다.문제는 나머지 정당들입니다.그동안 제주에서는 거대양당이 아닌 후보자들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꾸준히 도의회에 입성해 왔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전멸된겁니다.제주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도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것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이후 16년만입니다.제3정당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정의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도의원 1명을 선출했지만, 이번에는 비례대표 입성에 실패했습니다.비례대표가 7석에서 8석으로 늘며 보다 문턱이 낮아졌음에도 나타난 결과라 내부에서 받아들이는 충격은 클 수 밖에 없습니다.여기에 지역구에서 출마한 2명의 후보자도 모두 낙선했습니다.원외 정당으로 밀려나며 창당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정의당 제주도당은 "부족한 정의당을 지지해준 도민들께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습니다.지난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 도지사 후보를 누르며 3위란 성적표로 '바람'을 일으켰던 녹색당은 절치부심 도전했지만 바랐던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습니다.지난 선거에서는 4.87%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해 아쉽게 5%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득표율이 2.83%로 떨어졌습니다.지난 지방선거 이후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꾸준한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키워온 녹색당이지만, 오히려 후퇴한 성적표에 사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녹색당은 지방선거 결과 입장문을 통해 "무거운 마음으로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되짚고 성찰하겠다"고 밝혔습니다.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도의회 진입에 실패한 진보당도 "뼈아픈 성적표를 받았다"며 "정치개혁과 진보진영 단결이라는 도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못한 결과"라고 반성했습니다.제주에서는 활동이 미미했지만 비례때표 도의원 후보를 냈던 기본소득당은 제주에서 0.39%란 득표율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습니다.비록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진보정당들이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사그러드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거대양당이 주도하는 정치는 지역에서마저 대결구도의 정치형태를 나타내 극도의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게 되지만, 거기에 속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는 더욱 외곽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거대양당의 지지층 역시 지나친 대결구도로 피로감을 느껴 결과적으로 전체 유권자들의 정치 무관심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이는 투표율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극적 투표층에서 승부가 갈리는 대결구도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양당정치를 심화시키는 순환 구도를 만들게 됩니다.정치는 유권자의 표로 평가받는만큼 저마다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겠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져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김진호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복잡하게 이뤄져 있는데, 지역 정가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져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